미쳤지, 미친 짓이야.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애초에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증오했으면서, 그렇게 힘들어했으면서, 왜 원하는 대로 이루어졌는데 괴로워하고 있는 걸까. 오래도록 그리워해서? 아직, 마음의 덩어리가 남아 그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정말 한심하다. 돌을 맞아도 할 말이 없다.
뻔뻔하게 관리국에 돌아와 들어간 곳은, 물품관리반의 작은 연구실. 아멘티스에게 시체를 전달했던 그 공간이었다. 나는 그때와 같이 시체를 내려놓았다. 아직도 느껴진다. 이건 미친 짓이라고, 인간으로서 할 짓이 아니라고. 마땅히 알고 있지만, 이대로 떠나보낼 수 없었다.
루반의 팔을 살폈다. 하얗고 투명한 피부 사이로 연하게 혈관이 보였다. 아슬아슬하게 째어낸 피부는 갈라지며 근육을 드러냈고 깊게 쑤셔 벗겨내자 신경과 정맥, 동맥이 복잡하게 엉켜 있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피가 마를 때까지 바닥에 흘렀다. 날에도, 내 손에도 피가 튀겼지만, 아랑곳 않았다. 정맥을 짓눌러 끊어냈다. 힘을 줘 짓이기면 뜯겨 나갔다. 그 과정에서 여러 번 근육과 기타 신경을 찢었다. 피가 걷잡을 수 없이 튀고 흘렀다. 그 선혈이, 동그랗게 바닥을 덮어나가는 그 혈이, 마치 우리의 추억과도 같았다. 손에 힘이 빠졌고, 날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철이 바닥에 두어 번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자리에서 일어나 서랍을 열었다. 서랍의 위치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앰풀이 그대로 있었다. 1급 발암물질이라던 포름알데히드. 앰풀을 꺼내 주사기에 들이부었다. 주사기 내부에 깔끔하게 흘려 넣을 수 없었다. 주사기를 지탱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약액은 주사기에 반, 바닥에 반 흘렀다. 그렇게 반이 약액으로 채워진 주사기를 들어 동맥에 찔러넣었다. 멍하게, 그대로 계속, 그 상태로 있다가, 또 힘이 빠져 주사기를 떨어뜨렸다. 이런 짓을 내가 왜 하는 걸까. 죽고 싶어졌다. 고요한 공간 안에 나만 남았다. 눈물이 계속해서 뚝뚝 떨어졌다. 바닥에 흥건한 피 위로 떨어져 그 티가 나지 않았다. 손을 뻗어 만신창이가 된 팔을 집어 들었다. 피부는 벗겨졌고, 근육은 뜯겨 있었으며, 신경과 정맥, 동맥 모두 끊기고 터져 피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이제 몸의 피가 다 떨어져 나간 듯, 그 속도가 느렸다.
손가락 끝을 입에 물었다. 이에 조금만 힘을 줬을 뿐인데, 쉽게 뼈가 으득, 하며 부러졌다. 약간 짠 맛과 부드러운 맛의 살점이 입안을 감돌고, 실수로 들어간 머리카락과 같은 혈관, 철 맛의 혈액, 딱딱하고 맛없는 뼈는 뱉어냈다. 예상외로 간단했다. 살점은 이미 삼켜 넘긴 지 오래고, 거부감은 없었다. 오히려 중독성이 강했다. 손가락 끝까지 씹어 넘기고 나서부터는, 망설임이 없었다. 너무도 간단했다. 두렵고, 역겹고, 징그럽고, 못할 짓이 아니었다. 그저 음식을 먹듯, 오늘의 저녁 식사를 즐기듯 한 입 한 입 식도를 넘어갔다. 부드러워 식감이 좋으며, 맛은 짭짤했다. 어릴 적 입술에 피가 나면 혀로 금세 빨아 먹었는데, 그때의 맛을 여러 번, 많이 느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가득한 철분의 맛. 식욕을 돋우는 아름다운 붉은 색. 선혈의 향기, 선혈의 맛, 그 아름다움. 멈출 수 없었다. 처음엔 단순 호기심과 욕구에 의했다면, 정말 맛있었기 때문에, 먹을 수밖에 없었다. 비록 지방은 부족했지만, 처음 느껴보는 맛에 뒤따라오는 낮은 기대치를 넘기에는 충분했다. 계속, 계속해서, 으득, 츄욱, 찍.
어느새 그의 오른팔은 반의반도 남지 않게 되었다. 바닥엔 조각난 뼈와 그 위로 피가 범벅이었으며, 초반에 흘린 피들은 이미 말라 바닥에 눌어붙어 있었다. 분명 내 입가에도 살점과 피가 가득할 것이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가만히, 오래도록, 느리게 스캔하듯, 살폈다. 그리고 소리 내 웃었다. 똑같아졌다. 너와 나의 모습. 그리고, 나와 괴물의 모습이.
그의 배 위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리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이런 적 처음이야. 아마 대부분이 겪는 흔한 경험은 아니겠지. 근데 괴물들은 이런 걸 자주 겪었겠지? 네가 만약 괴물한테 먹혔다면 지금쯤 뼈밖에 남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난 이 시간까지 팔 하나 먹었잖아. 왜 그런지 알아? 맛을 느끼며 먹고 싶었거든. 이 부위는 맛이 어떠하고 식감이 어떠한지, 조금씩 음미하면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