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갈 무렵의 밤. 낮에 자고 밤에 일하던 그때가 지나고, 이제 밤에 푹 잘 수 있게 되었지만, 다른 의미로 여전히 밤에 잠들지 못했다. 눈을 감는 순간부터 불안이 목을 졸랐기 때문이다. 생각, 상상, 그때의 기억이 계속, 계속 떠올랐다. 그만하고 싶다고, 이런 생각, 그만하고 싶다며 아무리 되뇌어 보아도 결국 계속해서 견디다가 눈물을 닦으며 지쳐 잠들어버리는 것이 매일이었다. 그래서 난 이틀에 한 번씩 잠들었다. 잠을 회피하고 싶었지만, 인간에게 수면욕은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임을 인정했기 때문에, 나와 나의 환각끼리 타협한 결과가 그러했다. 오늘은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침대에 누웠다. 책을 읽으며 최대한 미뤄보았지만, 눈이 슬슬 감겨오는 것을 버텨내지 못했다. 이틀에 한 번 자니, 수면욕이 심해져 평소보다 일찍 잠들게 되는 일이 허다했다. 눈을 감고, 자겠다고 마음을 먹은 뒤, 이불을 끌어올리자, 스멀스멀 기억이 살아났다. 그때 네가 시릴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그때 네가 안아버리지 않았더라면, 그때 네가 밀쳐버리지 않았더라면, 아니, 애초에 루반에게 말을 걸지 않았더라면, 하며 나를 탓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지 않아, 나 때문이 아니야, 또는 그래, 나 때문이야 같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이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라는 말은, 너무나도 잔인한 말이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는 그 생각이, 계속해서 생각을 불러왔다.
“연약해, 그렇게 굴 거면 오른팔도 자르고 죽어버려.”
꿈속이었다. 때를 잡지도 못하고 어느샌가 잠들어버린 것이다. 잠에 듦은 구분이 어렵다 해도, 이 곳이 꿈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꿈에서의 루반은 또 그렇게 말했다. 나보고 죽으라고. 마치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 루반답게, 자신을 위해서 죽으라는 듯이 항상 그렇게 말했다. 루반이 살아있었다면 죽지 말라고 말했겠지.
“널 따라가길 원해?”
“응, 나랑 놀이터에서 놀자. 가까이 와, 안아줄게. 그때처럼.”
가까이 가면 죽는다. 꿈에서 깨고 나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서 죽을 것이 분명했다.
“마르타, 놀이터에서 네가 넘어지고 울던 날 기억해? 많이 아팠는지 세상이 떠나가라 울었잖아.”
루반의 저 말도, 내가 만들어낸, 내 기억 속 어딘가에 묻힌 그런 말일 것이다. 그 기억은, 지금 순간에 퍼즐이 맞춰지듯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루반은 그때 울던 나를 안아주었다. 그래, 루반은 날 자주 끌어안았다. 수도꼭지, 라고 불릴 정도로 눈물이 많고 툭하면 울던 날, 루반은 그때만큼은 마치 어른이 된 듯이 날 안고 토닥였다. 하지만, 정말 위로받으며 안기고 싶었던 건 루반이 아니었을까. 그때의 루반이 처음 보는 모습으로 처절하게 울 때에, 난 그런 생각을 했었다. 우는 날 안아주던 작은 몸, 괜찮다고 말하는 어린아이의 목소리, 등을 쓸어내리는 작은 손. 자신이 받고 싶고, 자신이 원하던 걸 내게 주고 있었던 건 아닐까. 사실 루반도 저렇게 울고, 안겨서 위로받고 싶었을 텐데. 그 생각이 날 본능적으로 움직이게 한 것이었다.
루반이 울던 날, 루반이 해준 이야기는 그저 맞았다, 갇혔다, 로 끝내기에는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더 깊고, 처절했다.
“울었어. 너무 아파서, 몸이 너무 아파서 울었어. 아마 병에 걸려 열이 올랐던 탓이었을 거야.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니까 울어버렸어. 근데 아무도 오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