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반.”
그 눈물은 감정의 호소라고 부르기에는, 일종의 협박과 같았다. 그 눈물이 턱선을 따라 뚝뚝 떨어질 때마다,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분이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꽉 막혀버린 회로를 뚫어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말해봐, 내가 뭘 잘못했어?”
루반이 해주었던 이야기들은 당연히 충격적이었다.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나 많은 대접 온 몸으로 받으며 부유하게 사치 부리고 산 줄만 알았던 그가, 사실은 그런 일들을 뒤에서 겪고 있었다. 하지만 난 여전히 루반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럼 시릴은, 왜 죽어야 했던 거지.
그런 생각이 들자 머릿속이 까만 실로 얽혔다. 얽히고 얽히고 얽혀서 머리통을 조였다. 루반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난 그를 원망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 나는 루반에 약하다. 난 그를 원망할 수 없다. 미워하고, 증오하고, 혐오하기에는 난 루반을 오래도록 그리워했다. 루반이었으니까. 함께 웃고 떠들고, 나를 안아주었던 사람이니까. 난 너무 약해져 있었다. 원망의 감정과 연민의 감정이 뒤섞였다.
결국 깍지 낀 손을 떼어내고, 그 손을 뻗어 그를 조심스럽게 감싸안았다. 그의 힘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고, 난 자연스럽게 품에 끌어안았다. 잔인하게도, 계속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고, 차가운 피부와 다르게 따뜻한 눈물이 셔츠에 느껴졌다. 나는 루반을 원망하지만, 원망할 수 없었다. 여전히.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비록 내 사람을 죽였을 지라도, 그도 내 사람이었기에. 영원히 난, 그를 미워하고, 증오하고, 혐오하면서, 작은 따뜻함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며 다시 또 품에 안고 말 것이다.
확실히 루반의 피부는 하얗고 차가웠다. 햇빛을 받지 못하며 자랐나. 최근까지도 밤에 일하던 나보다도, 더했다. 가만히 그 감각을 느끼며 먼 곳을 바라보던 때. 그때 무언가 형용하기 힘든 강렬한 통증이 팔에서 저릿하게 느껴지더니, 잠깐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서서히 고통이 새겨졌다. 내려다보자, 팔이 썰리고 있었다. 깨끗하고 예리해 보이는 칼날이, 살을 파고들어 와 천천히 팔을 썰고 있었다. 피가 울컥울컥 나오고 있었다. 숨이 막히고, 눈앞이 흐려졌다. 충격에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당장에 빠져나와야 했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도 힘이 들어가지 못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무언가 막히는 소리만 컥, 컥, 하고 날 뿐 비명이 되지 못했다. 칼날이 한 번 들어가고 나오는 자리에 근육 조직과 피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그 상태로 다시 칼날이 근육 깊숙이 파고들었다. 피는 걷잡을 수 없이 바닥을 흠뻑 적시도록 흘러나왔고, 난 몸에서 조금 분리되어 아래로 기울어진 팔을 보고서야 저항했다. 백색근이 길게 늘어져 몸과 팔 사이를 지탱하고 있었다. 루반은 그를 자르려 했다. 저 하얀 줄이 잘리면, 팔이 뜯겨 나가는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를 힘껏 발로 차 빠져나왔다.
“마르타, 도망갈 거야? 혼자? 가는 도중에 과다 출혈로 죽을 거야.”
맞는 말이었다. 피는 계속 흐르고 있었고, 주변에 치료 도구로 마땅한 건 보이지 않았다.
“이리 와. 내가 잘 자른 다음에 응급처치 해서 보내줄 테니까.”
루반이 포옹을 요청하듯 팔을 양쪽으로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