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릴을 보내고 한 시간쯤이 지났다. 코트는 비린내 없이 보송했다. 가끔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너무도 마음이 졸이고 걱정이 돼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 날. 심장이 잠시 상황을 헷갈렸거나, 마음을 비우려는 강박 탓이거나, 쿵쿵, 하고 뛰던 심장이 느리게 바뀌었다. 그 순간은 여기, 루반과 자주 만났던 곳, 골목을 지나 계단을 내려가면 있는 먼지 쌓인 넓은 공간. 이 곳에 도착한 이후부터였다. 관리국과 걸어서 삼십 분밖에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시릴이 차를 가져갔음에도 충분히 올 수 있었다.
이 곳에서 알 수 있는 정보는 너무 간단했다. 루반이 나에게 다시 찾아온 이유. 아버지에 대한 단서도 아니고, 관리국에 숨은 비밀도 아니고, 반정부의 작전도 아니고, 그저 루반. 그저 이상한 애겠거니 하고 넘기기엔, 루반은 너무 큰 존재였다. 그리고 궁금증이 점점 커져 날 갉아먹고 있는 것 또한 원동력이었다. 루반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오히려 놀아나는 걸까?
“야!”
어깨에 닿은 두 손과 목소리에 흠칫하며 뒤를 보자 루반이 태연하게 서 있었다. 나는 그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공기 중에 비릿한 쇳내가 다시 감돌았다. 선지피가 바닥에 흥건해졌다. 밑창이 축축하게 젖어갔다. 그 감각이 소름 끼치지만 움직이지 못했다.
“너,”
말을 걸려고 입을 간신히 떼어내자 루반은 이미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 대답을 들어 보여주었다.
“이거?”
시릴이 가겠다고 했을 때 분명 말렸어야 했다. 더 좋은 선택지가 꼭 존재했을 텐데. 그러기엔 난 너무 무지했다. 시릴의 머리였다. 머리카락 가닥가닥은 루반의 손가락 사이에 감싸져 꼭 붙잡혀 있었고, 가장자리는 말라가고, 목 아래는 혈관이 제 갈 곳을 잃어 축 늘어져 있었다. 단면이 깔끔하지 못했고, 선홍색의 크레파스와 같은 채도 높은 혈이 바닥을 적셨다. 이미 축축해진 바닥이, 더 축축해질 수도 있었구나. 규칙적으로 바닥을 치는 물소리가 끔찍했다.
루반은 나의 시선을 따라가더니 덜 잘린 단면을 보았다.
“미안, 이런 데는 재능이 없어서, 여러 번 했어.”
루반은 손가락을 폈고,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혈관끼리 죽기 살기로 붙잡고 있어서, 목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지 못하고 반만 매달려 있는 머리 본 적 있어? 그 상태에선 아직 눈 정도는 여러 번 깜박일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