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릴은 본인의 손에 묻은 검은 액체를 손수건으로 닦아내었다. 매일 있는 일이다, 손에 저 액체가 묻는 것은. 하지만 항상 역겨웠고 불쾌했다. 시릴도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꼼꼼히 닦아내고 있을 것이다.
“오늘은 시체가 없었지?”
“응, 아마 다 먹었겠지. 바닥만 닦고 가자.”
바닥엔 혈이 검게 변해 죽죽 눌어붙어 있었다. 물과 맞닿을 때마다 미끈해지며 뭉쳐졌다. 바닥을 닦고 나니 차가워져 버린 손은 양손을 맞대고 살짝 비벼 데워주었다.
“마르타, 오늘 같이 저녁 먹을 거야?”
시릴을 돌아보자 그는 깨끗해진 손으로 옆구리에 손을 얹은 채 묻고 있었다.
“...미안, 일이 있어서.”
반정부 관련 일이라는 걸 시릴에게 말했다간 좋은 일을 보진 못할 것이다. 시릴은 꽤 인간적이고 다정한 면모를 보이지만 정부에서 나고 자라 누구보다 충실하게 자라온 일등 공신이며, 관리국이 아니면 어느 곳에도 설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내 선택을 기꺼이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반항하고 싶어도, 국장의 아들이라는 이름상 벗어나기 어려웠을 테니까. 나보단 국장의 편에 서는 것을 택하겠지.
“서운해.”
“서운하긴, 애냐.”
“요즘 나랑 저녁 안 먹더라. 그래서 내가 어제 얼마나 기뻤던 줄 알아? 너 나중에 후회한다? 아, 그때 시릴과 저녁을 같이 먹었더라면 이 죄책감이 덜했을까, 하고.”
“헛소리 하지 마.”
시릴이 얼굴에 살짝 웃음을 띄었다.
“그래, 미안. 이만 돌아가자.”
“...넌 본부에 내려줄게. 난 그다음 약속에 바로 가봐야 할 것 같아서.”
“그러든가.”
그는 여전히 서운하다는 식의 표정을 지었지만, 옅은 웃음을 띄고 있었다. 나는 그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괜히 툭 치고는 지나가 차 문을 열었다. 아얏, 하는 가식적인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시릴을 내려준 후 약속했던 장소로 차를 돌렸다. 붉은 빛, 노란 빛이 도로를 비췄다. 그러던 중에, 앞창으로 물방울이 떨어졌다. 어쩐지 아침부터 흐릿하더니, 비가 오나 보다. 평소에 날씨 예보를 체크하고 다니지 않다 보니 직접 몸으로 경험하게 되는 게 허다했다. 그래도 항상 우산은 들고 다니니 문제 될 건 없었다. 차에서 내려 검은 우산의 손잡이 쪽을 딸깍, 누르니 무거운 소리가 들리며 우산이 펼쳐졌다. 우산 위로 투둑 떨어지는 간격 먼 빗소리를 들으며 한 걸음씩 나아갔다. 쪽지에 적혀있던 주소는 역시나 외진 곳이었다. 그래도 전에 보았던 창고보다는 제법 구색이 갖춰져 있었다. 여기도 본부는 아니겠지, 아무리 손을 잡았다 해도 적군에게 모든 걸 내어놓을 만큼 신뢰하진 못하니까. 내 손엔 아직도 악수했던 장갑의 감촉이 남아있는 듯한데.
계단을 올라 도착한 문 앞에서, 당연하게 문을 두드리려다가 잠시 멈췄다. 이런 무법자들에게까지 고개 숙이며 살라고 배우진 않았다. 아버지가 그랬다. 문손잡이를 잡고 내 집인 양 당당하게 들어갔다. 일반 가정집 같은 거실이었다. 불은 현관 쪽만 켜져 생활은 할 수 있지만 밖에서는 언뜻 어두워 보이게 하였다. 분명 이 곳도 사람 냄새가 나는 집안이었겠지, 괴물의 등장으로 살던 사람들이 몰살 당했을지 몰라, 하는 추측을 하며 발을 안으로 들였다. 현관문과 마주 보는 방향으로 있는 주방 앞에는 전에 보았던 그가 서 있었다. 님프 아이스타티스, 라고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