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역설법 · 마루3화 — 3.

CHAPTER 3

3.

죽음의 역설법 · 약 11분 분량 · 2026.10.04

작가의 말

상해, 살인, 식인 요소 등이 등장하며, 묘사가 자세한 편입니다.

“드레이크 군, 재밌는 거 보여줄까요?”


아멘티스가 웃었다.


“시체로 장난치는 거 아닙니다.”


“그런 거 아니에요. 원래 시체의 경우 태워서 처리해야 하는데, 최근에 방부 처리 방법에 대해 교육을 받았거든요. 실전도 한 번 해보라고 얘기가 들어와서, 특별히 드레이크 씨에게 보여드릴게요.”


그 제안은 흥미롭지만 역겨웠다.


“마음대로 하시죠.”


그 시체는 방부 처리를 하기엔 너무도 망가져 있었다. 이미 잔뜩 오염된 시체가 방부 처리되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저 시체를 장난감 정도로 여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 시체는 머리가 없지만, 원래라면 우선 머리의 모든 구멍을 막아야 해요. 예를 들어, 콧구멍이나, 입, 귀.”


아멘티스는 내 얼굴의 부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액체가 흐르면 안 되거든요.”


“머리를 막은 다음엔 뭘 하죠?”


“몸의 구멍들을 막죠. 평소엔 비위생적이고 수치스럽다고 남이 건들지 못하는 곳이요.”


그는 자연스럽게 아슬아슬하게 연명하고 있던 시체의 옷을 하나씩 뜯어내 벗기기 시작했다. 살점들은 모두 잇자국과 뜯긴 자국, 검은 침 자국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는 구멍을 기어코 찾아내 솜뭉치로 억지로 쑤셔 넣기 시작했다. 속에서 무언가 터지는 기분이었다. 토할 것 같고 어지러웠다. 내가 왜 구경하겠다고 한 거지.


“으음, 드레이크 군은 정맥이 어디 있는지 정확히 찾을 수 있나요? 다음은 정맥을 째야 하는데...”


아멘티스는 보이는 혈관마다 하나씩 잘라보았다. 아니네, 맞혔다, 등이 이어지는 동안, 시체는 다양한 피를 쏟아냈다. 이미 말라 비틀 정도로 혈은 다 쏟은 줄 알았는데, 조금은 남아있었나 보다. 그 후 그는 그렇게 얻은 피를 모아 앰풀에 나눠 담았다. 그다음, 앰풀을 보관함에 넣고, 서랍을 열어 무언가를 찾았다. 그는 잠시 바쁘게 찾더니 또 다른 앰풀을 꺼냈다.


“이게 방부 처리 용액이에요.”


그는 앰풀을 갖고 와 시체 앞에 섰다.


“포름알데히드와 염색약을 섞어 만들어요. 가까이 다가오면 위험해요.”


아멘티스는 염색약 탓인지 붉은 색이 된 그 용액을 주사기에 옮긴 뒤, 자른 뒤 아니네, 했던 혈관에 주사기를 찔러 넣었다. 약액이 천천히 시체로 스며들었다.


“병에 걸리는 기분이 드네요.”


3화를 다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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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암 같은 거요?”


“...네?”


“이거, 세계보건기구에서 정한 1급 발암물질이거든요.”


내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그는 깔깔 웃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전 호흡기를 다 막았으니까. 그리고 자주 환기 중이니까 드레이크 군도 거기 오래 서 있지만 않으면 괜찮아요.”


아멘티스는 그대로 일어나 전보다 더 엉망이 된 시체를 보여주었다.


“제 방부 실력 어때요?”


“다음부턴 다른 사람에게 맡겨요.”


“그러죠 뭐...”


그는 실망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러더니 뭔가 떠오른 듯 말을 이었다.


“아, 드레이크 군. 국장께서 드레이크 군에게 1시쯤에 국장실로 오라 전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알겠습니다.”


피곤하고 엉망인 시간을 보내고,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시릴과 마주쳤다. 시릴은 나를 보더니 손짓을 하며 어디론가 따라오라고 말했다. 그는 걸어가면서도 토핑은 내 마음대로 올렸어, 오늘 그놈들의 목을 전부 썰어주었어, 하며 얘기를 이어갔다.


식탁에 마주 앉자 시릴이 내 앞에 놓인 접시에 피자 조각을 올려주었다.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다, 그가 자리에 앉자마자 피자를 크게 한입 베어 문다. 자극적인 냄새와 쇳내가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맛있었다. 나는 자주 홀로 시간이 남을 때마다 피자를 먹었고, 그만큼 좋아했다. 같이 먹어주겠다고 먼저 제안한 건 시릴이 처음이었다.


“이제 괜찮아진 것 같아.”


시릴에게 말했다.


“다행이네.”


“피자 덕분이야.”


“내 덕분이 아니고? 서운한데...”


“네 덕분도 있고.”


서운해하는 그를 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피자 고마워. 근데, 나 여기 오래 못 있어. 국장께서 나한테 오전 1시까지 오라고 하셨어.”


웃음을 잠시 내려두고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아버지가? 아무래도 네가 믿을 만하니까, 여러 가지 시키는 거 아닐까.”


“뭐, 넌 국장 피붙이니까 내가 길게 말할 순 없겠지만, 일 끝나자마자 다른 일이라니, 좀 피곤하네.”


그 말에 시릴이 턱을 괴고 웃었다.


“왜, 그냥 편하게 상사라고 생각하고 말해. 어차피 지금은 못 듣잖아. 난 상관없어.”


“그래? 나 일 진짜 하기 싫어. 네가 대신해.”


“그런 거 말고...”


장난스럽게 말하자 시릴이 당황스럽다는 듯 주저했다. 거절의 멘트가 시선으로 느껴졌다. 그는 눈을 피하며 맥주를 마셨고, 나도 그를 따라 한 잔 따라 마셨다. 맥주 한 모금과 피자 한 입이 입에 들어올 때마다, 마음속 피비린내가 녹았다. 사람이 하루 종일 피만 보며 살 수는 없으니까. 시릴은 벌컥벌컥 마시던 맥주를 내려놓고 운을 뗐다.


“마르타.”


“응.”


“사실, 난 괴생명체를 처리하는 것보다, 반정부 관련 처리 일이 가장 싫어.”


“갑자기 무슨 말이야?”


“그냥, 그냥 그렇다고. 솔직히 징그럽게 생긴 거 죽이는 건 거부감이 안 들잖아? 당연히 없애야 되는 존재로 인식되고, 얼른 눈앞에서 치워버리고 싶고.”


“그치.”


“하지만 걔네는 말이야, 권력을 유지하고 싶은 높으신 분들께는 거슬리는 존재란 걸 알지만, 그렇다고 학살해야 할까?”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불쌍한 마음이 드는 건 알겠지만, 간과하는 게 있어. 먼저 비평화적인 방법을 시전한 건 그쪽이야. 반정부 수장이 한 번에 대여섯 명을 죽였던 일도 최근인데.”


“알지, 걔네가 사람을 여럿 걸어 넘어뜨리는 돌 같은 존재로 느껴지는 것도 알고,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가 무엇인지도 다 알지만, 너무, 사람이라서...”


너무 사람이라서. 그 문장이 주는 기분은 이상했다. 내 총구가 닿는 곳은 지금까지 항상 괴생명체였다. 징그러운 것, 더러운 것, 위협적이고 역겨운 것. 하지만 그 총구가, 사람에게 향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언젠가 사람을 죽이게 될 날도 있다고 짐작은 했지만, 이런 식으로 두려움을 미리 겪어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어쩌면, 괴생명체가 단지 없애야 할 존재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난 무엇을 위해 일하는 것인가, 단지 의무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돈을 받으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내 손에 주어진 게, 총이기 때문에? 나는 처음부터, 무언가를 죽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살리고 싶었는데...


“뭐, 그냥 해본 소리야. 알잖아, 나 심심한 거.”


“...그치.”


시릴이 내 대답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자러 가. 난 국장실에 다녀올게.”


내 말에 시릴이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식탁엔 내가 먹고 남은 부스러기가 담긴 흰 접시 뿐이었다. 접시를 정리하고 승강기를 잡았다. 신발 끈을 다 못 묶었지만, 다행히 이 복도에서는 끈에 걸려 넘어져도 아무도 놀리지 않겠다, 생각했다.


국장실에 도착해 문을 두어 번 노크한 뒤 들어갔다. 그는 커피를 고고한 척 마시다, 나와 눈을 마주치고 컵을 내려놓았다. 꽤 인위적이었다.


“늦었군.”


“죄송합니다.”


국장은 다시 컵을 들어 남은 커피를 흔들며 침묵했다. 정적이 몇 초간 흘렀다. 왜 불렀죠, 하고 묻고 싶었지만 선뜻 입이 열리지 않는 건, 모두가 아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반정부의 움직임을 추적했다. 그들이 이동하는 경로 중 일부를 알아냈어. 자네는 오늘 밤, 그 경로를 따라 반정부를 쫓고, 그들의 은신처에서 그들을 살해하고 돌아와야 하네.”


국장이 친절하게도 속으로만 생각했던 왜 불렀죠, 에 대한 대답을 해주었다. 시릴이 갑자기 그런 얘기를 꺼냈던 이유가 이해됐다. 다 알고 있었구나.


“알겠습니다.”


“자세한 건 서류에 있으니 가져가게.”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꾸벅, 허리를 숙였다. 그 후 서류를 챙겨 방을 나왔다. 서류 앞엔 갈겨쓴 글씨체로 쪽지가 남겨져 있었다.


‘님프 아이스타티스, 카사로드, 02시. ’


그 아래엔 정갈한 글씨체가 있었다.


‘경로 파악 완료, 카사로드 6번, 접근 후 신속히 처리.’


정말 사람을 죽여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구나. 검은 액체가 맞부딪히며 섞이고 흘러내리던 곳으로 향하던 총구의 기욺이 시작되었다. 너무 사람, 너무 인간, 너무 그것에게로.


심각한 눈빛으로 바닥을 앞꿈치로 툭, 톡 건듦과 동시에 서류를 둘러보며 커피를 탔다. 내린 커피를 입가에 갖다 대고 살짝 들이켰다. 첫맛은 맹물의 맛, 컵을 내리자 느껴진 건 강렬한 쓴 맛. 커피는 역시나 항상 썼다. 어릴 적 내게 먹어보라며 커피를 건네주셨던 아버지는 한 번 마시고 나서 질겁하는 나를 보며 그렇게 맛없으면 나 줘라, 하며 허허 웃었다. 그리고 덧붙여 이것도 못 먹으면 어른이 못 된다, 하셨다. 그 말에 난 숨을 참고 마셔댔고, 아버지가 식탁을 박차고 일어나 서둘러 내 손에서 컵을 뺏어갔었다. 어린 난 어른이 되고 싶었던 걸까, 쓴 시간을 견뎌내면서도. 바라고 바랐는데, 좋은 어른이 되지 못해서 미안하네.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어느새 컵은 다 비어 있었다. 비워진 컵에 물을 담근 뒤 밖을 나왔다.


“가는 중입니다. 끊을게요.”


현 시각 1시 52분. 곧이어 카사로드에 도착했다. 땅을 밟는 것도 소리 나지 않기 위해 조심해서 내렸다. 멀리에 서류로 봤던 긴 머리의 형체가 지나갔다. 빠르지 않았다. 그는 느릿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충분히 따라가는 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허리춤의 총을 확인한 뒤 뒤따라갔고, 나무 사이를 지나가며 형체를 좇았다. 그와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일부러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발걸음을 늦췄다. 숨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호흡을 고르고, 발끝부터 땅에 닿게 하며 소리를 죽였다. 시야에서 완전히 놓치지 않기 위해 나무 기둥 하나하나를 가림막 삼아 움직였다. 그가 잠시 멈추는 듯 보일 때마다 몸을 굳혔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 뒤로 몸을 숨기고, 시선이 스치듯 지나가길 기다렸다. 다시 걸음을 옮기면, 그제야 같은 속도로 뒤를 밟았다. 발자국 위를 밟듯 그의 흔적을 따라가며, 거리를 유지하는 데만 집중했다.


그때, 그는 한 공간으로 들어섰다. 문이 열리고, 보이는 내부는 겉으로 보기에 아무도 안 쓰는 창고로 착각할 것과 달리 꽤 갖춰진 인테리어가 보였다. 그가 들어서며 문을 닫지 않았기 때문에, 뒤로 몰래 따라 들어갈 수 있었다. 문틈으로 발을 딛자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다 아니까 들어와 앉으세요.”


총에 손을 가까이 하려다 멈칫했다. 현관의 오른쪽 기둥을 지난 안쪽 방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언제부터 눈치챘을까, 처음부터 알고 있던 걸까, 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마치 면접을 대기하고 있는 면접관처럼, 나를 바라보는 쪽으로 앉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 앉으라는 듯 맞은 편을 손짓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