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시릴의 아버지는 국장이고, 살아있다. 내 아버지는 전 국장 밑에서 일한 요원이었다. 두 문장으로 우리의 가정사를 정리하면 그렇다. 내 아버지는 덥수룩한 수염을 입꼬리로 끌어올리며 자주 호탕하게 웃던 사람이었다. 어머니가 질병과의 싸움에서 패배해 침대에 미동도 없이 누워있던 날은, 아버지의 어깨가 처음으로 내려갔지만, 며칠 안 있어 다시 호탕하게 웃어 보이셨다. 그때만큼은 죽음이라는 것이 별거 아닌 줄 알았다. 단지 이별할 뿐. 다시 못 만나게 될 뿐. 아쉽지만 고통스럽지는 않은 것이 죽음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버지는 그것을 꾀하여 웃으셨을까. 어린 나이에 깊게 파여 비어버린 내 마음은 작은 것을 밀대로 누르고 밀고 펴서 겉으로 보기에 잔뜩 채워진 것으로 되었다. 그 작은 것을 준 것이 아버지였고, 밀대를 쥐고 있는 것이 아버지였다. 하지만 아버지마저 삶에서 사라지자, 죽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그날 처음으로 어머니를 생각하며 울었다. 텅 비어버린 마음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자, 공허함에서 오는 답답함과 두려움이 나를 옥죄었다. 이러다 나도 갑자기 죽어버리지 않을까, 내 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죽어버리지 않을까, 죽음은 내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두려움 속에서 떨고 있던 나를 버리고 떠났다. 죽음으로 떠난 건 아니었지만, 버려졌다는 기분이, 죽음과도 같은 공포를 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지금은 나름 괜찮아졌다. 아버지와 그가 떠난 이후로 난 공부에만 매진했고, 좋은 성적을 받았으며, 아버지의 신념을 이어 나가고 아버지의 죽음에 숨겨진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 기회가 바로 이곳이었다. 국가괴현상관리국. 시릴과 그의 아버지가 국장으로 임하고 있는 곳.
“이봐.”
시릴의 목소리가 들렸다.
“물 마시러 간다더니, 한참 걸리네.”
그는 이곳저곳 쿡쿡 찌르며 불평했다.
“찌르지 마, 다 마셨어.”
그의 손을 잡아 저지하며 손에 쥐고 있던 컵을 도로 돌려놓았다. 독시반에서 전해준 이야기에 따르면 이곳에서부터 몇십 분 정도 떨어진 곳에 폐건물이 있는데, 그곳에 남겨진 미확인 시체들을 먹고 자란 괴생명체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 이름조차도 지도에서 사라졌을 정도로 잊힌 곳이었지만, 근처 건물은 아직 남아있으므로, 찾아가는 것이 어렵지는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그것들 건당 보수는 꽤 세기 때문에, 그 정도 문제가 걸림돌이 될 일은 없었다. 화면을 두어 번 건드리니 옅은 진동과 함께 차가 움직였다. 조수석에 앉은 시릴은 팔짱을 낀 채 바깥을 둘러보는 듯했다. 우린 항상 해가 지는 저녁에 활동했다. 밤이 깊어 가면 깊어질 수록 서늘해지는 것이 자연의 원리이고, 그 원리 탓에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않는다는 것은 사회의 원리이기 때문에 따스한 해가 없는 시간에 일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폐건물은 답답하고 칙칙했다. 썩은 음식물 냄새가 났다. 시체에 구더기가 잔뜩 끓을 만한데, 비위가 어떻길래 그 시체를 먹었을까. 인간도 벌레가 들끓은 짐승은 먹지 않는데.
“독시반이 감시한 곳은 여기.”
시릴이 발로 한 타일을 꾹 눌렀다.
“그리고 위쪽.”
고개를 들어 올려 계단 위를 올려다보았다.
“올라가다가 마주치면 쟤네들의 먹이가 될 거야.”
단호하게 그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