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 안은 보통 아무 조명도 켜놓지 않고 있기에 극히 어둡지만, 식물을 키우는 이 온실 만은 지구의 태양의 움직임을 흉내 내어 정기적으로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가 한다.
그래서 나는 내 일을 다 마치고 시간이 남을 때, 이 온실이 <낮>에 해당한다면 여기에 와 있는 편이다. 쉴 새 없이 구동하는 내 눈의 암시 스코프를 쉬게 해 주기 위해서.
인간은 나와 반대로, 눈을 쉬게 할 때에는 방을 어둡게 하거나, 눈을 감거나, 아예 잠을 잔다고 한다. 그러면, 지금 이 우주선 중추부에서 콜드 슬립으로 몇 년 내내 잠들고 있는 인간들, 내 창조주 '마법사'를 비롯한 그 사람들의 눈은 아주아주 긴 휴가를 누리고 있는 거겠지?
나는 은하 간 이민을 위한 유송을 하는 이 거대 우주선에서, 사람들이 잠들고 있는 동안 우주선 내의 환경을 돌보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들은 지구시간으로 5년에 한 번씩 깨어나면서 건강상태나 외부상황을 체크하고는 또다시 콜드슬립에 들어간다. 그것을 한 20번 정도 반복하고 나면 목적지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우주선 내에 벌레나 쥐가 창궐하게 되지는 않는지, 무언가 잘못이 일어나서 우주선내의 기온이 확 떨어지지는 않는지, 목적지에서 번식시킬 예정인 식물들이 고사하거나 하지는 않을지, 그런 세세하고도 다양한 사항들을 매일매일 확인하고 조치하면서 지낸다.
난 인간을 형상화해서 만들어졌지만, 내가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냥 자기가 인간과는 다르다는 건 원래 알고 있었다. 이 일이 내 몫이라는 것도.
우주선이 출발하고 나서도 잠시동안은, 다른 사람이 콜드슬립에 들어간 후에도 마법사는 나와 단둘이 지내면서 우주선 여기저기를 살폈다. 그것은 출발 직후에만 필요한 점검을 했었던 거라고 지금은 알고 있지만, 그때의 나는 이대로 우리는 둘이서 지내는 줄 알고 있었다. 조금만 생각 해보면, 인간의 수명상 그럴 수 없는 것을 알만도 하는데.
그는 기계공학자였고 어리버리한 남자였다. 사실 공학자로서의 실력도 어리버리한 편인데, 신기하게도 놀라우릴만 한 훌륭한 결과물이 나올 때가 있어서 <마법사>라는 별명이 붙여졌다고 한다.
혹시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도 ----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그 <마법> 탓일까?
나는 어린아이가 보호자를 좋아하듯, 그저 천진난만하게 마법사를 좋아했었다. 그날도, 난 이후 나와 단둘이 오래오래 지내야 하는 마법사가 지루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어두운 도서관에서 암시 스코프를 써서 고전문학을 읽고 왔었다. 전문분야 외에 세상물정을 모르는 그는 그쪽 분야에 대해서 잘 몰랐으니 내가 말하면 항상 흥미롭게 들어주곤 했던 것이다.
마법사는 인간도 동식물도 기계도 평등하게 에너지원으로 할 수 있는 바이오 식량을 2인분 데워서 식탁에 내주었고, 우리는 얘기를 하면서 함께 그것을 섭취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는 어딘가 난감한 표정이었고, 식욕도 없는 모양이라 그의 몫의 반을 나에게 주었다. 나는 그가 피곤한가 싶어 고전문학 얘기는 나중으로 미루고 그에게 달라붙었다.
... 그리고 깨고 나보니, 5시간이 지나 있었고 나는 한번 전원을 껐다가 재부팅된 상태였으며 마법사는 편지만 남기고 콜드슬립에 들어가 있었다.
편지에도 특별한 말은 없었다. 자신은 출발직후 점검이 모두 끝났으니 슬립에 들어가며, 지금까지 즐거웠고 5년 후에 다시 만나자고 있었다. 사과의 말이나 그 비슷한 것은 없었다. 당연하겠지. 난 그걸 위해 만들어진 존재니까.
하지만 나는 버림받았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때 이후로 계속 생각하고 있다. 마법사의 생명유지장치를 <실수>로 꺼버릴지 말지를.
출발에서 5년 후의 사람들이 깨어나는 날까지 이제 지구시간으로 37일이 남았다.
나는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
(1,825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