쟌림이 달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우수한 젊은 연구자로서 지구는 자주, 기타 태양계 행성에도 각각 몇 번씩 상륙하여 머문 적이 있었으나, 거의 상류층의 여가 장소로만 사용되는 이 지구의 위성에는 지금까지 와볼 일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쟌림은 지금, 과거 어떤 별을 방문한 때보다도 비장하게 각오를 다진 상태였다. 지금까지 연구 연구에만 몰두해서 연애는커녕 인간관계 전반에 전혀 관심이 없던 그였지만, 달에서 열리는 이번 파티에서 어떻게든 아내가 되어줄 여성을 찾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들이 발생시킨 환경오염으로 인해 자신들이 지구에서 살기가 힘들어지자, 금성과 화성에 각각 콜로니를 만들어 이주하였다. 원래는 지구에 환경회복장치를 설치해 놓고 환경의 정화가 끝날 동안까지의 일시적인 조치로 시작되었으나, 각각의 행성에 몇십 년을 살다 보니 지금은 생활방식 및 문화에 많은 차이가 벌어지게 되어, 다시 지구로 돌아와서 함께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일부에서는 나오기 시작하고 있을 정도였다.
쟌림의 출신지이며 거주지인 화성은 서늘한 기온 탓인지, 매사에 건조하고 침착하며 개인주의적인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반대로 금성은 따뜻한 기온 탓인지, 화려하고 열정적이며 가족주의적인 문화가 발달하고 있다고 한다. 쟌림도 성간(星間)통신으로 원격공동연구를 하다 보면 느낄 때가 있었다.
그래서 쟌림에게는 아내를 찾아내야 하는 이번 임무가 2배는 더 어렵고 두렵게 느껴졌다. 그냥 여성이랑 말을 붙이는 것도 솔직히 조금 힘든데, 가족들까지 상대해야 하다니!
그러나 연구비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쟌림은 평범한 가정 출생이지만 우수한 두뇌로 인해 엘리트 학교를 졸업하여 이런 파티에도 드나들 수 있는 자격은 충분히 있다고 여겨지고 있었지만, 연구자는 거의 모두 그렇듯 항상 연구비 유치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런 그의 앞에, 갑자기 익명의 연구비 기부가 들어온 것이다. 다만 그 기부에는 조건이 있었다. 금성-화성 간의 화합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 금성의 이성과 결혼을 하고 3년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쟌림은 그 조건을 듣자마자 거절해버리고 싶을 정도였으나, 그럴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사정은 넉넉지 않았다. 그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마침 초대장을 받은 달에서 열리는 상류층 사교파티에 처음으로 참석하기를 마음먹어,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파티가 시작하고 20분도 지나지 않아, 쟌림은 벌써 녹초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는 어떻게든 활발히 말을 섞어 사람들과 교류를 해보려고 했지만, 노력하면 할수록 어색해질 뿐이었다.
"쟌림씨 맞으시죠? 오랜만이네요."
음료라도 들고 있으면 쭈뼛한 느낌이 조금 덜 날까 생각해서 음료 테이블을 물색하고 있던 그의 등 뒤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윙려님?"
예전에 성간 원격공동연구를 한 적이 있는 연구자 중 한 명이었다. 꽤나 우수한 연구자였는데, 가족이 <여자에게 학문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반대해서 연구를 그만두었다는 얘기를 듣고, 금성의 가부장적 문화를 쟌림에게 실감하게 한 대상이기도 하였다.
"여기서 뵐 수 있을지는 몰랐네요."
쟌림은 무심코 말했다가, 무신경한 말이었을까라고 생각이 들어서 아차 했다.
"아, 그, ......죄송합니다."
"아니, 뭘요. 집에서 놀고 있자니, 달에서나 놀까 해서요."
윙려는 쟌림의 말실수를 못 알아차리지는 않은 것이 분명했지만, 눈감아주었다. 이제 연구자가 아닌, 즉 지식인 계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있다는 것은, 그녀는 원래가 상류층 출신임이 분명했다. 예전에 공동연구 시에는 쟌림은 화성인이며 연구 괴짜답게 사적인 대화를 전혀 안 해서 모르던 일이었다.
"그... 그러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