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025년 습작 모음 · 꺄라3화 — 화성과 금성

CHAPTER 3

화성과 금성

2024-2025년 습작 모음 · 약 7분 분량 · 2026.10.04

쟌림이 달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우수한 젊은 연구자로서 지구는 자주, 기타 태양계 행성에도 각각 몇 번씩 상륙하여 머문 적이 있었으나, 거의 상류층의 여가 장소로만 사용되는 이 지구의 위성에는 지금까지 와볼 일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쟌림은 지금, 과거 어떤 별을 방문한 때보다도 비장하게 각오를 다진 상태였다. 지금까지 연구 연구에만 몰두해서 연애는커녕 인간관계 전반에 전혀 관심이 없던 그였지만, 달에서 열리는 이번 파티에서 어떻게든 아내가 되어줄 여성을 찾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들이 발생시킨 환경오염으로 인해 자신들이 지구에서 살기가 힘들어지자, 금성과 화성에 각각 콜로니를 만들어 이주하였다. 원래는 지구에 환경회복장치를 설치해 놓고 환경의 정화가 끝날 동안까지의 일시적인 조치로 시작되었으나, 각각의 행성에 몇십 년을 살다 보니 지금은 생활방식 및 문화에 많은 차이가 벌어지게 되어, 다시 지구로 돌아와서 함께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일부에서는 나오기 시작하고 있을 정도였다.


쟌림의 출신지이며 거주지인 화성은 서늘한 기온 탓인지, 매사에 건조하고 침착하며 개인주의적인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반대로 금성은 따뜻한 기온 탓인지, 화려하고 열정적이며 가족주의적인 문화가 발달하고 있다고 한다. 쟌림도 성간(星間)통신으로 원격공동연구를 하다 보면 느낄 때가 있었다.


그래서 쟌림에게는 아내를 찾아내야 하는 이번 임무가 2배는 더 어렵고 두렵게 느껴졌다. 그냥 여성이랑 말을 붙이는 것도 솔직히 조금 힘든데, 가족들까지 상대해야 하다니!

그러나 연구비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쟌림은 평범한 가정 출생이지만 우수한 두뇌로 인해 엘리트 학교를 졸업하여 이런 파티에도 드나들 수 있는 자격은 충분히 있다고 여겨지고 있었지만, 연구자는 거의 모두 그렇듯 항상 연구비 유치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런 그의 앞에, 갑자기 익명의 연구비 기부가 들어온 것이다. 다만 그 기부에는 조건이 있었다. 금성-화성 간의 화합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 금성의 이성과 결혼을 하고 3년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쟌림은 그 조건을 듣자마자 거절해버리고 싶을 정도였으나, 그럴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사정은 넉넉지 않았다. 그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마침 초대장을 받은 달에서 열리는 상류층 사교파티에 처음으로 참석하기를 마음먹어,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파티가 시작하고 20분도 지나지 않아, 쟌림은 벌써 녹초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는 어떻게든 활발히 말을 섞어 사람들과 교류를 해보려고 했지만, 노력하면 할수록 어색해질 뿐이었다.


"쟌림씨 맞으시죠? 오랜만이네요."

음료라도 들고 있으면 쭈뼛한 느낌이 조금 덜 날까 생각해서 음료 테이블을 물색하고 있던 그의 등 뒤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윙려님?"

예전에 성간 원격공동연구를 한 적이 있는 연구자 중 한 명이었다. 꽤나 우수한 연구자였는데, 가족이 <여자에게 학문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반대해서 연구를 그만두었다는 얘기를 듣고, 금성의 가부장적 문화를 쟌림에게 실감하게 한 대상이기도 하였다.

"여기서 뵐 수 있을지는 몰랐네요."

쟌림은 무심코 말했다가, 무신경한 말이었을까라고 생각이 들어서 아차 했다.

"아, 그, ......죄송합니다."

"아니, 뭘요. 집에서 놀고 있자니, 달에서나 놀까 해서요."

윙려는 쟌림의 말실수를 못 알아차리지는 않은 것이 분명했지만, 눈감아주었다. 이제 연구자가 아닌, 즉 지식인 계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있다는 것은, 그녀는 원래가 상류층 출신임이 분명했다. 예전에 공동연구 시에는 쟌림은 화성인이며 연구 괴짜답게 사적인 대화를 전혀 안 해서 모르던 일이었다.

"그... 그러시군요."

작가의 말

이 작품은 북마녀 저, 『북마녀의 웹소설 장면 묘사 실습 강의: 상위 1% 작가의 필력을 따라잡는 특급 속필 훈련』의 장면 실습 예제 016번을 바탕으로 작성한 습작입니다. 서적 정보/구매: https://ridibooks.com/books/75404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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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얘기를 더 이어나가야 하는데, 쟌림에게는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윙려는 여유로운 태도로 미소를 짓고, 쟌림을 유도하여 파티회장 구석으로 이동했다.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쟌림님, 금성 출신 결혼상대 찾고 있으시죠?"

"?! ...네, ...네?"

"저는 어때요? 저랑 결혼해서 화성으로 데려가주세요. 그냥 혼인신고만 하고, 룸메라고 생각해서 3년간 같이 살기만 하면 돼요. 더 이상은 바라지 않을게요. 공식적인 자리에서 아내답게 행동하는 것도 잘해드릴게요."

"호... 혹시 제 연구실에 들어오고 싶다는 말씀이실까요?"

말문이 터진 듯 말을 쏟아낸 윙려에게, 아직도 상황의 갈피를 못 잡은 쟌림은 그렇게 대답하였다. 그러자 윙려는 한번 눈을 굴렸다가, 입고 있던 긴팔 드레스의 소매를 조금 걷었다. 그러자, 지금 겉에 보이고 있는 윙려의 손, 얼굴, 목의 피부에 비하면 한 단계 밝은 톤의 피부가 나타났다.

"?"

"저는 햇빛 알레르기예요."

그 말을 듣고서야 쟌림은 지금 윙려가 겉으로 드러낸 피부에는 자외선 차단 피복을 한 겹 씌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그렇다면 금성 환경은...."

"네, 안 맞죠. 저에게는 거의 독이나 다름없어요. 그래서 저는 거기를 탈출하고 싶어요, 하루빨리요."

윙려의 설명에 의하면, 지구의 19세기 이전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수구적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금성에서는, 여성이 아버지와 가족공동체를 빠져나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혼이었다. 특히 그녀는 외동딸이었던 어머니를 통해 외가 쪽에서 물려받은 상당한 개인재산이 있었는데, 그것을 탐내는 계모와 아버지, 이복형제자매들은, 결혼 외에 형태로 그녀가 독립을 하게 되면 어떻게든 핑계를 만들어 재산을 가져가버릴 것이 뻔했다.

"하지만 남편이 생기면, 그런 문제가 한 번에 다 해결되는 거죠"

쟌림은 예전에, 금성에서는 사람들이 피부 노출에 거리낌이 없다고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긴팔만 입고 있는 윙려를 보고 의아하게 생각한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윙려가 말한 내용은 결코 싫지 않고 현재 쟌림에게는 너무 안성맞춤인 일이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얼떨떨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수월하게 행운이 일어나다니, 수상한 것 아닌가?

"그... 저..., 아니 기쁜데, 잠시만요...."

혼란스러워하는 쟌림을 보고, 윙려는 다시 한번 눈을 굴렸다.

"쟌림씨, 그렇게 둔하셔서 어떻게 해요. 연구할 때와는 딴판이시네요."

"?"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신기하게도 쟌림의 머리에서 갑자기 모든 조각이 맞춰졌다. 연구비에 붙여진 이상한 조건. 때맞춰 보내진 초대장.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내는 여성.


"그 연구비를 기부해주신 분이 윙려님이셨군요."

"네."

윙려는 자신감 있는 미소를 보였다.

"그래서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러면서 윙려가 내민 손을, 쟌림은 잡았다.

"감사합니다 윙려님... 윙려씨. 제 아내가 되어주시겠나요?"

"네."

윙려는 다시 한번, 자신감 있는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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