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낮에도 밤에도 같은 일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었다.
푸르스름한 비닐 천장 아래서 우리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도덕도, 죄책감도, 이성도 증발해 버린 비닐하우스 안에는 오직 본능과 소유욕만으로 서로를 물어뜯는 짐승 두 마리만 존재할 뿐이었다. 남자가 가져온 음식들로 간신히 끼니를 때웠고, 허기가 가시면 다시 그에게 온전히 몸을 주었다.
인간의 가죽을 쓴 채, 짐승처럼 물어뜯고 체온을 섞는 날것의 마찰. 이 지독한 육신의 쾌락과 공포야말로 짐승의 것이었다. 덫에 갇힌 야생동물의 감각이 내 온몸의 말초신경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어느 순간, 지독하게 이질적인 감각이 몰아쳤다. 비닐하우스을 메우는 열기는 간데없고, 뼈를 찌르는 듯한 오한과 함께 온몸이 축축하게 젖어 드는 느낌이 들었다. 비릿한 흙취가 아닌, 폐부를 찌르는 잔인한 혈향.
"……하아, 하아."
정신을 차려보니 사방이 푸르스름한 안개로 가득 찬 칠흑 같은 야산이었다. 오후 5시의 그 어둠. 내 손에는 차갑고 묵직한 아버지의 엽총이 들려 있었고, 강력한 총의 반동으로 인해 내 어깨는 부서질 듯 아파왔다. 귀에서는 기분 나쁜 이명이 웅웅거렸다.
모든 것이 그 오발 사고의 현장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살려…… 줘……."
핏자국이 점철된 수풀 너머에서 들려온 것은 남자의 욕설이 아니었다. 달빛이 간신히 스며드는 숲 한가운데, 피를 흘리며 쓰러져 여린 숨을 내쉬고 있는 인간.
그것은,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가슴에서 피를 흘린 채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렇다면 그동안 비닐하우스에서 내 몸을 탐한 남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1억을 요구하며 나를 협박하던 그 남자는 존재하기는 했던 걸까? 내가 아버지를 쏘고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그 기괴한 환각을 보았던 걸까.
'……아니야.'
나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미친 게 아니었다. 그렇게 치부하기엔 놈의 손의 감촉도, 눅눅한 비닐하우스의 흙냄새도 너무나 생생했다.
그래, 아버지를 쏜 순간부터 나는 산의 저주에 걸려들었던 것이다. 짐승을 사냥하던 인간이 도리어 짐승의 처지가 되어, 영문도 모른 채 공포에 질려 도망치고, 낯선 자에게 육신을 짓밟히는 동물적인 고통과 쾌락의 굴레. 이 잔인한 톱니바퀴는 저주가 아니고선 설명이 되지 않았다.
저 멀리 숲속 어딘가에서 멧돼지의 거친 숨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손은 다시 무의식적으로 총을 겨누고 있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수렵도 속에서, 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고라니가 되어 눈을 깜빡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