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 · 호이6화 — 밤의 노동

CHAPTER 6

밤의 노동

고라니 · 약 3분 분량 · 2026.09.30

비닐하우스의 밤은 낮보다 훨씬 잔인하게 가라앉았다. 푸르스름한 비닐 천장 위로 밤안개가 낮게 깔리며, 사방은 웅덩이 속처럼 탁하고 어두운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농약 냄새와 눅눅한 이끼색 흙취가 온 사방을 짓누르는 공간. 나는 구석진 흙바닥 위에 열악하게 깔아둔 플라스틱 돗자리 위에 누워 간신히 잠을 청하고 있었다.

얇은 돗자리 틈새로 한기가 등줄기를 사정없이 찔렀다. 이틀 전 그 숲속의 칼바람만큼이나 서늘한 밤이었다.

눈을 감아도 잠은 오지 않았다.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멧돼지의 거친 숨소리와 뒤이어 터진 엽총의 굉음이 이명처럼 웅웅거렸다. 지독한 피로와 한기 속에서 몸을 웅크린 채 허벅지를 문지르고 있을 때였다.

바스락.

비닐하우스 입구의 지퍼가 느릿하게 열리는 소리가 정적을 찢었다.

분명 집으로 들어간다던 남자였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질 무렵, 문틈으로 스며든 푸르스름한 달빛을 등지고 다리를 미세하게 절뚝거리는 남자의 실루엣이 걸어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손전등도, 아무런 불빛도 없었다. 오직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두 눈만이 나를 향해 있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무감각함을 유지하려던 가면이 그의 발소리 앞에서 미세하게 균열을 일으켰다.

"……이 시간에 왜 들어와요?"

남자는 대답 대신 돗자리 가장자리까지 천천히 걸어와 멈춰 섰다. 그리고는 내 발치에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 채, 낮고 일정한 어조로 조용히 속삭였다.

"몸으로 때우려면, 낮 밤이 모두 모자랄 텐데 말입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낮에 나를 비웃던 조롱의 기색이 묘하게 거세되어 있었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건, 무서우리만치 노골적이고 끈적한 소유욕이었다.

남자는 깁스를 풀 듯 천천히 내 머리맡으로 무릎을 굽혀 앉았다. 훅 끼쳐오는 그의 체온은 이 추운 비닐하우스 안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열기였다. 그가 다가올수록 내 심장은 비정상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무서워서인지, 아니면 이 비틀린 사냥꾼에게 완벽하게 매료되어서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1억, 그렇게 쉽게 갚아지는 돈이 아닙니다."

남자의 서늘한 손가락이 내 뺨을 타고 내려와 목덜미를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살결에 닿는 감각이 기괴할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부서뜨릴 것처럼 거칠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심스럽게 박제하듯 내 몸을 탐닉해 들어왔다.

내가 그를 향해 총을 쏘았던 그 숲속의 밤처럼, 우리는 다시 서로의 체온을 탐하듯 뒤엉켰다.

비닐 천장을 치는 서늘한 밤바람 소리와 서정적이면서도 새어나오는 신음이 눅눅한 흙바닥 위로 흩어졌다. 놈의 입술이 닿을 때마다, 나는 내가 쳐놓은 덫에 내가 걸려들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나를 짓누르는 그의 묵직한 무게감은 이제 완벽한 속박이었다. 어둠 속에서 영문도 모른 채 사냥당하던 가련한 고라니. 그 가련한 짐승의 눈빛이, 놈의 품에 안겨 가쁜 숨을 몰아쉬는 내 눈동자 위로 그대로 겹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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