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hard Sterling
리, 처, 드. 스, 털, 링.
그가 고풍스럽게 흘려 쓴 영어 밑으로 이수의 투박한 한글이 얹어졌다. 한 글자씩 글자를 연필로 누르며 발음하자 리처드가 웃으며 이수의 말을 따라 했다.
- “이게 맞아?”
- “한글로는요.”
흠,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제 이름을 읽었다. 영어로 된 제 이름을 한글로 발음하는 이상한 풍경이었지만 이수와 리처드에게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특별한 태생 탓에 이수는 영어로 듣고 말하는 건 능숙했으나 그걸 문장으로 옮기는 데엔 서툴렀다. 반면 그는 조선어를 거의 모르고 있었다. 따라서 이수는 학교가 끝난 뒤 리처드의 상점에 들러 그에게 영어 작문을 배우고, 한글을 알려주는 일상을 보내게 되었다.
- “네 이름도 적어줘.”
그의 말에 이수는 한글로 쓴 그의 이름 아래 제 이름을 가지런히 적어 내려갔다.
반, 이, 수.
- “무슨 뜻이야?”
- “그냥 이름인걸요.”
- “조선인은 이름에 뜻을 담는다고들 하던데.”
그의 말에 이수가 한글로 적은 제 이름을 바라보았다. 한자를 쓰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학교에서 제일 먼저 배운 게 그거였으니까.
潘利水
천천히 적어 내린 이수가 저를 가만히 지켜보는 리처드의 눈을 마주 바라보았다.
- “물이 잘 통하게 만든다는 의미에요.”
이수는 그것보다는 다른 뜻으로 제 이름이 더 많이 불리곤 한다는 걸 숨겼다. 학교에 도착하면 이수의 책상 위에는 언제나 많은 낙서들이 그려져 있곤 했다. 외지인, 색목인, 그리고…… 二竪.
- “발음해 줘.”
“반, 이, 수.”
“이수.”
대뜸 그가 내뱉은 이름에 이수는 몸을 움찔 떨었다. 리처드는 절대, 결코 이수를 ‘악마’로 부르지 않겠지만…… 학교를 떠올리고 있던 탓에 몸이 반응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