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에게.
민주야. 요새 잘 지내? 오랜만에 편지 쓴다. 어릴 때 우리 종종 이렇게 편지 주고받았는데 기억나? 그냥 오랜만에 네가 보고 싶었어. 그냥 요새 학교에 떠도는 흉흉한 소문들이 있어서 네 생각이 나더라. 우리가 그때처럼 가까운 사이는 아니지만 이렇게 생각나면 편지 한 번 쓸 수 있는 사이인 건 맞지?
우리 학교 뒤에 작은 연못 하나가 생겼어. 원래 작년까지는 없었는데, 올해가 되고 새로 생긴 거 있지? 말이 연못이지, 수심은 채 5cm가 안 돼. 심지어 땅 위도 아니고 콘크리트 틀 위에 물이 조금 담겨 있는 수준이랄까. 학교 리모델링을 맡은 건축가가 되게 유명한 사람이더라. 그 사람은 연못을 통해서 학교에 부족한 채광을 채워주고 싶었대. 학생들이 더 밝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좋았어. 학교 안에서 보면 연못에 반사된 빛이 천장을 가득 채워서 꽤 예뻤거든. 너 어렸을 때, 건축학과 가고 싶어 했잖아. 분명 너도 이 연못 좋아했을 거야.
물론 수심이 5cm 정도밖에 안 되니까 거기에 뭘 키우지는 못해. 금붕어, 연꽃, 부레옥잠은커녕 물만 덩그러니 놓여 있지. 그런데 거기서… 놀라지 마.
우리 학교 학생이 죽은 거 있지? 나랑 같은 학년인데 그 연못에 빠져 죽었다는 거야. 아니 그게 말이 돼? 키가 3cm만 넘어도 거기 빠져 죽지는 않을 거야. 어떻게 그 깊이에 빠져 죽을 수가 있어. 이건 카더라인데, 목숨을 잃은 학생을 부검해 보니까 액체가 폐포와 기도로 흡입돼서 질식사했다더라. 너도 잘 알지? 이게 전형적인 익사의 모습인 거. 그런 수심에 빠져서 죽을 수 있다니 다들 놀라 하더라?
심장이 두근두근해. CCTV도 없어서 어떻게 죽었는지 증거 같은 것도 없나 봐. 모두들 그냥 사고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 조금 불운하고 예외적인 그런 사고 있잖아. 선생님들이 연못 좀 조심하라고 말은 하시는데, 솔직히 5cm짜리 연못을 무슨 수로 조심하겠어. 애들한테는 그냥 이슈 거리 하나 생긴 느낌이야. 물론 울거나 놀라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난 이런 꼴이 좀 웃기더라.
민주는 거기서 잘 지내? 거기서 새로 친구는 사귀었는지 모르겠다. 다음에 좋은 소식 있으면 편지할게!
2022. 03. 17.
영주 씀.
민주에게.
며칠 전에 진짜 서프라이즈!!한 일이 있었어. 내가 지난번에 말했던 일 기억 나? 오늘 들었는데 다른 학생 한 명도 연못에서 익사한 채로 발견됐대. 미쳤지. 사인도 똑같이 질식사라는 카더라가 있더라. 엊그제부터인가는 학교에 이상한 소문도 돌기 시작했어.
학교가 지어지기 전에 이 자리에 깊은 연못이 있었는데 거기서 몇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나? 그래서 그 사람들이 물귀신이 됐단 거지! 옆 반 친구는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고 집에 가는 날에 그 근처에서 귀신을 봤다고 난리야. 좀 웃기지 않아? 귀신이라니.
애들은 다 그거 믿고 무서워하는 눈치이긴 해. 그치만 그냥 우연히 겹친 사고라고 생각하는 애들도 있더라. 학교에서는 그 일 있고 나서 학교 주변 순찰하고 안전 예방 교육한다고 하던데. 좀 우습긴 했어. 물에 빠진 친구들 구하는 방법, 물에 빠졌을 때 대처 요령. 아니 5cm 되는 물에 누가 빠진다고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