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의 잠실 경찰서 안이 소란스럽다. 경찰 앞 의자에 나란히 앉아서도 말싸움을 멈추지 않는 둘 때문에 담당 형사는 참지 못하고 서류철을 세게 책상에 내리치며 주의를 환기 시켰다. 여러분, 지금 여기가 어딘지 알고 계시는 거죠? 경찰서예요 경찰서. 예? 제가 질문하는 거에만 대답하시고 조용히 좀 하세요. 공무 집행 방해죄 처벌까지 받으실 수 있습니다, 아시겠어요? 그제서야 경찰 앞에 앉은 둘의 입이 멈췄다. 한 쪽은 줄무늬 유니폼이고 한 쪽은 남색 유니폼인 거 외에 등판에 커다랗게 숫자와 누군지 모를 이름이 쓰여있다. 그 옷들이 야구 유니폼이라는 걸 아예 모르지는 않았지만 평소에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장 형사는 소속감이 뭐라고 이렇게 까지, 고개를 흔들고 혀를 차며 제 자리로 걸어갔다.
"올해는 좀 조용히 넘어간다 싶더니만 어떻게 잠실 야구장 마지막 해까지 이렇게 싸운다냐."
"누군가한테는 되게 중요한 일 일수도 있죠. 사람 하나 열심히 팰 만큼."
다시 잡혀온 사람들을 보면 둘 다 서로 시원하게 치고 받기라도 했는지 얼굴 꼬라지가 엉망이다. 한 쪽은 코피 때문에 휴지로 코를 틀어 막고 있고 한 쪽은 이마에 거대한 반창고 따위를 붙이고 있었다. 둘 다 얼굴이 멍 때문에 푸르딩딩하게 보였다. 형사가 서로 쌍방 폭행 하셨으니까 적당히 합의하시고 나가시죠? 제안한다. 그러자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쪽이 씩씩 대면서 벌떡 일어났다. 목소리가 워낙 커서 경찰서 안에 있는 사람들이 다 아는 그들의 사연. 오늘 잠실 야구장에서 경기가 있었는데 줄무늬 유니폼 쪽이 졌다나. 근데 지나가던 남색 유니폼이 유니폼을 보면서 온갖 비하 표현을 남발하며 비아냥 댔고 그 길로 말싸움이 붙어 결국에는 길 한복판에서 주먹질이 오가게 되었다고 한다. 주먹을 먼저 날린 건 자신이긴 하지만 싸움의 불씨를 던진 건 저쪽이라며 상당히 억울한 목소리로 말하는데 담당 형사 눈에는 둘 다 거기서 거기로 보이는 듯 경청하는 모양새가 아니었다.
장 형사는 남의 일에 관심이 없었다. 고작 스포츠 따위로 싸우는 게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맞은 편에 앉은 오 형사는 관심이 많은지 둘 중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혼자서 떠들었다. 아무리 말로 괴롭혔어도 주먹이 먼저 나간 쪽이 무조건 유죄가 아니겠냐는 그런 반응. 장 형사는 남의 일에 그만 신경끄고 우리 사건에나 집중하라면서 주변에 있던 서류 뭉치로 오 형사의 머리를 내리쳤다. 오 형사는 정수리를 붙잡으면서 작게 신음하고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장 형사를 바라봤다. 뭐, 어쩌라고. 꼬우면 니가 뭘 할 수 있는데? 장 형사는 연차주의, 계급주의에 진심인 사람이라 후배들한테 장난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면 보통의 후배들은 형사로만 17년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이며 187cm에 몸무게 세 자릿수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덩치 앞에서 바짝 쫄을 수밖에 없었다. 항상 짧은 머리를 유지하고 매서운 눈매를 가진 강력 3팀의 팀장. 부산에서 오래 살아서 서울 살이 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억양이 말투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압도되는 덩치에 무서운 외모, 거친 사투리까지 그를 쉽게 볼 수 있는 구석은 하나도 없는 셈이다.
그에 비하면 오 형사는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였다. 잠실 경찰서에 온 지 고작 2년 차, 경찰대를 졸업한 엘리트라고 다들 환영했지만 직접 한 팀으로 움직이는 장 형사한테는 오히려 기분을 언짢게 하는 후배였다. 어떻게 경찰대를 졸업한 거냐? 요즘에는 허들이 많이 낮나? 볼 때마다 의문을 가지게 될 정도로 매사에 덤벙대고 부족한 점이 많았다. 가끔 멀쩡하게 정규 교육 과정을 이수했다면 모를 수 없는 부분까지 몰라서 멍청하게 그게 뭐냐고 물어보고 있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장 형사는 홧병이 생길 것 같았다. 그래도 사건 수사할 때는 총명한 두뇌를 자랑하니 그거라도 잘해서 다행이다는 평을 내렸다. 그러니까 사건과 관련 없는 대부분의 일상에서는 짐짝이었다는 뜻이다. 갓 경찰대를 졸업하고 형사 일에 기대가 가득 찬 현실을 모르는 어린 애 정도가 오 형사에 대한 장 형사의 첫 인상이다. 지금은 여러 사건들을 같이 해결하면서 조금 바뀌긴 했으나 여전히 살짝이라도 의지해볼 만한 동료는 못 되었다. 기생 오라비처럼 생겨서 허여멀겋고 신체검사는 어떻게 통과했나 싶을 정도로 호리호리한 몸매에 키는 커서 장 형사는 전봇대 같은 놈이라고 정의 내렸다.
한창 경찰서를 소란스럽게 만든 두 명이 떠나고 다시 고요해져 서류 넘기는 소리와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 작은 목소리로 하는 잡담 정도가 공백을 채웠다. 장 형사는 책상 위에 다리를 올리고 종이를 한 장 씩 넘겼다. 요새 왜 이렇게 실종 사건이 많냐. 최근 들어 실종 신고 들어온 건수가 적지 않았다. 연령, 나이, 성별, 거주지 뭐하나 겹치는 부분이 없는 사람들. 시체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모두 살아 있다고 가정하고 찾는 게 원칙이다. 이 복잡하고 정신없는 서울에서 사라진 사람들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휴대전화 기록을 떼봐도 어느 시점부터 기록이 없고, 카드 사용 기록이나 실종되기 전 방문한 가게 주변의 cctv를 뒤져봐도 방향을 알기가 쉽지 않았다. 꼭 어디론가 증발해버린 것 같다. 장 형사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실종자들 사이에 연관성이 없길 바랐다. 연쇄 살인 사건으로 이어지면 그것대로 골치 아팠다. 사람이 이렇게 죽어나가는 동안 실종 수사를 어떻게 했길래 어쩌구 저쩌구 질책이 쏟아질 걸 생각하면 그것 만큼은 아니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