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도어의 인형극 · 동여명1화 — 팔켄슈타인 요양원(1)

CHAPTER 1

팔켄슈타인 요양원(1)

테오도어의 인형극 · 약 10분 분량 · 2026.10.04

막스 호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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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스물셋 먹은 젊은이는 구름같은 연기를 내뿜는 증기기관차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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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앞으로 지내야 할 이곳, 뮌헨이라는 도시가 온통 공장과 그 굴뚝에서 쉼 없이 피어오르는 까만 연기가 하늘을 뒤덮던 베를린과는 조금이라도 다르기를 바랐다. 환자로서 도시의 공업 독가스를 피해 요양하려 당도한 것인데, 다를 것도 없이 밥을 먹나 잠을 자나 창문 틈새로 그 독한 연기가 스멀스멀 밀려든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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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뮌헨은-아직 역내를 벗어나지도 못했지만-공기가 나름 괜찮았다. 이곳도 공업화가 막 이루어지기 시작한 지역이라 그런지 하늘 이곳저곳에서 이따금 검은 기둥이 피어올랐으나 이 정도면 정말로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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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는 소가죽으로 만든 짐가방의 손잡이를 고쳐 잡은 뒤 멀어지는 증기기관차를 한번 눈에 담았다. 매일 저 검은 철 덩어리의 안에서 화부로서 석탄을 퍼 나르던 기억이 마치 엊그제 있었던 일처럼 선명히 떠올랐다. 그런 그에게 있어 일꾼이 아니라 승객으로서 검표를 받고, 자리에 앉아 창밖의 푸른 하늘을 감상하는 일은 꽤나 신선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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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호프만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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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감상에 젖어 있던 그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시선을 돌려 보니 두 남자가 저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는데, 한 명은 허리가 굽은 데다 머리가 다 벗겨진 노년의 남자였다. 남자치곤 얇은 몸을 가진 막스보다도 부실한 몸통에 짧은 팔다리가 붙어있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왠지 모를 거슬림을 느끼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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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노인보다 시선을 잡아끄는 쪽은 나머지 한 사람이었다. 젊은 사내의 잘 정돈해 멀끔히 쓸어 넘긴 결 좋은 금발 머리와 한여름의 녹음을 닮은 녹색 눈동자, 오똑히 솟은 콧대, 살짝 올라간 입꼬리, 마지막으로 조금도 그을리지 않은 새하얀 피부의 조화는 수려하다 못해 화려하기 그지없었으며 막스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훤칠한 키와 떡 벌어진 어깨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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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토록 세련된 미남은 베를린의 귀족 사회에나 존재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런 건 또 아니었군. 막스는 속으로 감탄사를 삼키고는 고개를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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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제가 막스 호프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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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노인과 사내가 한번 눈을 맞추더니, 노인이 걸걸히 쉰 목소리로 웅얼거리듯 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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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켄슈타인 국제 요양원에 새로 입원하시는 것 맞으시지요? 저는 팔켄슈타인의 일꾼 겸 마부인데, 호프만 씨를 마차로 모시고 오라는 지시를 받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그나저나 마차라니, 요양원이 역에서 그리 먼 곳에 있습니까?”

“건강한 사람을 기준으로 하자면 멀지 않지만 요양원에 입원하고자 찾아온 사람들에겐 충분히 먼, 딱 그 정도의 위치에 세워져 있는지라…. 원장님께 듣자 하니 폐병이 있으시다던데, 역 근처에 마차를 세워두었으니 따라오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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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는 저도 모르게 제 가슴께를 눌렀다. 그 모습을 덤덤한 눈으로 흘겨보던 노인이 팔을 앞으로 뻗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따라오라는 의미였다. 더 이상의 사담은 불필요하다는 의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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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막스 호프만은 쭈뼛거리며 노인의 뒤를 따랐다. 중간에 노인이 짐을 들어주겠다며 말을 걸어왔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다 늙어 몇 걸음 걸을 때마다 관절에서 뚝뚝 부러지는 소리가 나는 노인에게 짐을 맡기는 것은 도리어 마음이 불편해질 것만 같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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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막스는 제 곁에서 나란히 걷던 금발의 사내에게 짐가방을 내밀었다. 요양원의 일꾼과 함께 자신을 맞이하러 왔으니 당연히 그 또한 요양원의 일꾼일 거라는 일련의 사고를 거쳐 도출된 값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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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들어주시겠습니까? 안에 든 것이 많아 좀 무거울 수도 있을 테지만, 어차피 곧 마차에 오를 테니 그때까지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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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던 남자는 씩 웃으며 그것을 받아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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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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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의 일꾼이나 하기에는 외모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소리 내 말하진 않았다. 사람에겐 각자의 사정이 있는 법이고, 이 사내의 진로에 대해 고나리질하기엔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막스는 제 입을 걸어 잠그고 얌전히 걷기나 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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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시가를 피우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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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도리어 금발의 사내 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짐짓 놀랐으나 애써 내색하지 않으며 막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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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쿠바산입니다. 필요하시다면 한 개비 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아닙니다. 저는 시가를 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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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 시가를 안 하는 사내가 있다니! 막스는 속으로 여송연의 맛을 모르는 허울좋은 외모의 사내를 은근히 비웃으며 시가가 담긴 가죽 주머니를 도로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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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 피우십니까? 맛도 좋고, 건강에도 이만한 게 없는데.”

“건강 말입니까?”

“예, 의사들이 신문지 광고에 나와서 직접 말하지 않습니까? 폐에도 좋고, 피에도 좋고, 심지어는 임부의 뱃속 태아에게까지 좋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비록 싸구려 시가기는 해도 폐병 환자 신세이니 하루에 한 개비씩은 태워야 마음이 편하더군요. 그 진한 연기의 씁쓸한 맛이 제 낡아빠진 폐에 무언가의 도움을 주는 느낌이 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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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의 말이 끝나자 잠시 녹색 눈동자를 한 바퀴 돌리며 무언가를 생각하던 사내는 낮은 어조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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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별로 좋은 처방이 아닌 것 같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저는 시가가 인체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뭐, 저는 저명한 의사도 아니고 인간의 장기와 시가 간의 어떠한 상관관계를 연구해본 적도 없긴 합니다만…. 요양원의 환자 중 시가를 피운 다음 건강이 좋아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단 한 명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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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는 코웃음을 치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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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이나 그 요양원에 있었습니까? 고작 일이 년 동안 본 일을 가지고 그런 생각을 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정확히 십오 년 동안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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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오 년이라고? 막스는 땡그래진 눈으로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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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또래이거나 그보다 조금 많은 수준인 듯 보였는데, 그렇다면 대략 열 살 즈음부터 요양원에서 일했단 말인가? 아니, 그리 어린 나이부터 고생하며 산 얼굴은 전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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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에 젖어 멀뚱히 바라보고 있으니 사내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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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양원의 일꾼이 아니랍니다.”

“…그럼?”

“당연히, 막스 호프만 씨와 같은 환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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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듣자마자, 막스는 침음하며 사내가 들고 있던 제 짐가방으로 손을 뻗었다. 같은 환자에게 짐을 들게 시켰다는 사실에 귀 끝에 확 열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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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무례한! 교양 없는 놈팡이 같으니라고! 속으로 진즉 눈치채지 못했던 자신을 질책하며 가방의 손잡이를 잡으려 들었으나 그 순간 가방이 훅, 뒤로 빠졌다. 금발의 사내가 일부러 잡지 못하도록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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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십시오. 저는 환자분…아니, 당신이….”

“테오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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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이름으로는 테오도어가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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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도어 하인리히 아이젠베르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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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젠베르크?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성씨인데. 그나저나 얼굴만큼이나 화려한 이름이로군. 막스 호프만은 평범한 저와 테오도어의 이름을 대강 비교해보고는 말을 마저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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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저는 아이젠베르크 씨가 짐꾼인 줄 알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지야. 어차피 마차까지 거의 다 왔으니 인제 와서 짐을 돌려준다 한들 달라지는 것도 없습니다. 이대로 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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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는 입술을 잠시 벌렸다가 도로 다물었다. 정말 그의 말대로 이제 와 짐을 자신이 든다고 한들 달라지는 것도 없다는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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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막스는 곁눈질로 테오도어를 흘겼다. 워낙 건장한 체격인데다 낯빛이 좋은 탓인지 병을 앓고 있어 요양이 필요한 환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는 평균보다 건강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당최 무슨 병을 앓고 있길래 무려 10년 동안이나 요양원에서 머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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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히 오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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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당도한 마차 앞, 막스를 먼저 좌석에 앉도록 종용한 테오도어는 그 뒤를 따라 오르더니 막스의 반대편에 걸터앉았다. 작은 마차에 큼지막한 체구의 테오도어와 함께 타고 있으니 공간이 한없이 비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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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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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한마디와 함께 마차가 덜컹거리며 굴러가기 시작했다. 잠시 작게 난 창으로 뮌헨의 거리를 구경하던 막스는 문득 떠오르는 의문에 테오도어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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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환자인 아이젠베르크 씨가 제 마중을 나오신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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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정말로 이상했다. 일꾼도 뭣도 아니고 같은 환자에 불과한 테오도어가 어째서 역까지 마중을 나온 거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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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혼란이 서린 물음에 테오도어는 하하, 짧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교양있게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창 사이로 비쳐 들어오는 햇빛에 그의 금빛 머리카락이 찬란하게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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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절차라고 해야 할지, 관례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요양원에 새로 들어오는 환자를 마중하고 함께 그곳까지 가는 일련의 과정은 십오 년 전부터 줄곧 제가 맡고 있습니다. 고참에 대한 배려라고 해야 할까요? 답답한 팔켄슈타인으로부터 벗어나 민간인이 삼삼오오 모여 바삐 움직이는 현대 사회의 감상이나 하라며, 원장인 나르치스 로젠베르 씨가 고맙게도 그 역할을 제게 맡겨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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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설명에 막스는 입을 다물었다. 어딘가 알 수 없는 찝찝함이 마음에 뭉그러져 묻어나왔으나 이 이상 캐묻는 건 처음 만난 사이에서 할 법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아무리 뒷배 하나 없는 평민이라도 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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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마차의 바퀴는 쉼 없이 움직여 비탈길과 오솔길을 지나고 지나 마침내 한 거대한 건물 앞에 당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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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켄슈타인 국제 요양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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