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호프만.
그 스물셋 먹은 젊은이는 구름같은 연기를 내뿜는 증기기관차에서 내렸다.
그는 앞으로 지내야 할 이곳, 뮌헨이라는 도시가 온통 공장과 그 굴뚝에서 쉼 없이 피어오르는 까만 연기가 하늘을 뒤덮던 베를린과는 조금이라도 다르기를 바랐다. 환자로서 도시의 공업 독가스를 피해 요양하려 당도한 것인데, 다를 것도 없이 밥을 먹나 잠을 자나 창문 틈새로 그 독한 연기가 스멀스멀 밀려든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테니까.
다행히도 뮌헨은-아직 역내를 벗어나지도 못했지만-공기가 나름 괜찮았다. 이곳도 공업화가 막 이루어지기 시작한 지역이라 그런지 하늘 이곳저곳에서 이따금 검은 기둥이 피어올랐으나 이 정도면 정말로 나쁘지 않았다.
막스는 소가죽으로 만든 짐가방의 손잡이를 고쳐 잡은 뒤 멀어지는 증기기관차를 한번 눈에 담았다. 매일 저 검은 철 덩어리의 안에서 화부로서 석탄을 퍼 나르던 기억이 마치 엊그제 있었던 일처럼 선명히 떠올랐다. 그런 그에게 있어 일꾼이 아니라 승객으로서 검표를 받고, 자리에 앉아 창밖의 푸른 하늘을 감상하는 일은 꽤나 신선한 경험이었다.
“막스 호프만 씨?”
한창 감상에 젖어 있던 그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시선을 돌려 보니 두 남자가 저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는데, 한 명은 허리가 굽은 데다 머리가 다 벗겨진 노년의 남자였다. 남자치곤 얇은 몸을 가진 막스보다도 부실한 몸통에 짧은 팔다리가 붙어있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왠지 모를 거슬림을 느끼도록 했다.
그러나 노인보다 시선을 잡아끄는 쪽은 나머지 한 사람이었다. 젊은 사내의 잘 정돈해 멀끔히 쓸어 넘긴 결 좋은 금발 머리와 한여름의 녹음을 닮은 녹색 눈동자, 오똑히 솟은 콧대, 살짝 올라간 입꼬리, 마지막으로 조금도 그을리지 않은 새하얀 피부의 조화는 수려하다 못해 화려하기 그지없었으며 막스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훤칠한 키와 떡 벌어진 어깨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세상에, 이토록 세련된 미남은 베를린의 귀족 사회에나 존재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런 건 또 아니었군. 막스는 속으로 감탄사를 삼키고는 고개를 치켜들었다.
“예, 제가 막스 호프만입니다.”
그러자 노인과 사내가 한번 눈을 맞추더니, 노인이 걸걸히 쉰 목소리로 웅얼거리듯 말하기 시작했다.
“팔켄슈타인 국제 요양원에 새로 입원하시는 것 맞으시지요? 저는 팔켄슈타인의 일꾼 겸 마부인데, 호프만 씨를 마차로 모시고 오라는 지시를 받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그나저나 마차라니, 요양원이 역에서 그리 먼 곳에 있습니까?”
“건강한 사람을 기준으로 하자면 멀지 않지만 요양원에 입원하고자 찾아온 사람들에겐 충분히 먼, 딱 그 정도의 위치에 세워져 있는지라…. 원장님께 듣자 하니 폐병이 있으시다던데, 역 근처에 마차를 세워두었으니 따라오시지요.”
막스는 저도 모르게 제 가슴께를 눌렀다. 그 모습을 덤덤한 눈으로 흘겨보던 노인이 팔을 앞으로 뻗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따라오라는 의미였다. 더 이상의 사담은 불필요하다는 의미기도 했다.
그에 막스 호프만은 쭈뼛거리며 노인의 뒤를 따랐다. 중간에 노인이 짐을 들어주겠다며 말을 걸어왔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다 늙어 몇 걸음 걸을 때마다 관절에서 뚝뚝 부러지는 소리가 나는 노인에게 짐을 맡기는 것은 도리어 마음이 불편해질 것만 같아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