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 초이1화 — 서막. 빗 속

CHAPTER 1

서막. 빗 속

이세계 · 약 3분 분량 · 2026.07.06


ㅤ이슬비가 내리는 밤의 숲, 바람으로 흘러간 비구름의 틈새에서 푸른 달이 숲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ㅤ희미한 달빛만이 비추는 차가운 숲속을, 작은 그림자가 걷고 있었다.

ㅤ젖은 나뭇잎을 밟으며, 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 그림자는 진흙 길을 나아간다.

ㅤ때때로 걸음을 멈추고 등 뒤를 신경 쓰면서, 수풀에 숨듯이 계속해서 걸었다.

ㅤ한층 강한 바람이 비구름을 비켜내, 달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ㅤ비춰진 그림자의 정체는 어린 소녀들이었다. 나이는 여섯이나 일곱. 늑대를 연상시키는 털이 난 삼각형의 커다란 귀와, 풍만하게 흔들리는 꼬리를 가진, 더러운 잿빛 머리카락의 소녀가 두 명.

ㅤ한 명이 다른 한 명을 업고,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 걷고 있었다.

ㅤ업은 쪽의 소녀는 초조함을 띈 얼굴을 때때로 등 뒤로 향하고는, 울 것 같은 입가를 힘껏 다물고 있다.

ㅤ업힌 쪽의 소녀는 의식이 없는 건지, 축 져 움직이지 않는 채로 등 뒤에서 흔들리고 있다.

ㅤ소녀들의 얼굴은, 마치 거울에 비친 듯이 닮아 있었다.

⠀"아리스, 이제 조금만 가면 돼."

ㅤ휘청거리면서 걷는 소녀가, 업고 있는 자신의 반쪽에게 말을 걸었다. 그로부터 바라본 길의 저편에는, 깊고 어두운 밤에 물들어가는 숲이 펼쳐져 있었다.

ㅤ불안에 작은 가슴이 짓눌릴 것 같아도, 소녀는 등 뒤에서 추위에 떠는 "동생"을 계속해서 격려하고 있었다.

⠀"조금만 가면 되니까, 부탁이야, 힘내......"

ㅤ무성한 잎을 따라, 모여 떨어지는 차가운 물방울이 흙으로 더러워진 피부를 적셨다. 이슬비는 움직이지 않는 "동생"에게서 무자비하게 체온을 빼앗아 간다. 이대로라면, 도피행 중에 열을 내버린 동생은 버틸 수 없다.

ㅤ그런 사실은, "동생"을 업은 소녀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한 동생의 간호를, 철이 들기 전부터 계속해 왔으니까.

ㅤ한편 "동생"도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는 자신이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것을.

ㅤ등 뒤에서 흔들리며, 새파란 입술로 숨을 뱉으면서, 겨우 올려다본 하늘 위. 비로 얼룩진 푸른 달이 떠 있다.

ㅤ년에 몇 번 모습을 드러내는 이상한 색의 달. 파란 달에는 그녀들 "늑대"의 조상이 되는 신. 허공의 저편에서 세계를 지켜보는 달의 신수가 산다고 한다.

ㅤ"늑대" 소녀는 입술을 닫고, 달을 올려다보며 기도를 올린다.

ㅤ"늑대" 소녀는 열로 붕 뜨면서도, 달을 올려다보며 소원을 빌었다.

ㅤ――부디, 동생을 살려주세요.

ㅤ――부디, 언니만이라도 살 수 있기를.

ㅤ차갑게 젖은 대기의 저편에서, 흔들리는 푸른 달이 조용히 소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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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무자비한 비는, 가늘고 약하게, 하지만 그칠 기색은 아직 없었다.